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건양대학교

 
한 계단씩 불안의 지평을 뛰어넘자 게시판 상세보기

[대표] - 기타(건양소식)

제목 한 계단씩 불안의 지평을 뛰어넘자
부서명 홍보팀 등록일 2020-03-10 조회 2463
첨부 jpg 박기태 건양대 교수 사진.jpg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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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계단씩 불안의 지평을 뛰어넘자

  

 

[월요일 아침에] 박기태 건양대 교수 

 

심각한 기상이변 탓에 유난히 날씨가 따뜻하고 눈도 내리지 않아 우리의 하얀 추억을 빼앗겨 버린 겨울, 그 계절이 지나가는 끝자락에 우리의 코끝이 상큼한 봄 내음으로 싱그러워야 할 지금, 눈을 뜨면 코로나바이러스가 걱정과 우려를 넘어 우리를 불안과 공포 속으로 밀어 넣으려는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. 

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현실을 항상 불안하게 만들며, 그 불안이 곧 불행인 것처럼만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. 대학원을 졸업하고 시간강사로 여러 대학을 전전긍긍하며 안정된 직업을 찾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심하고 안타까워하던 때이다. 그 무렵 졸업과 동시에 대학교수가 되면서 결혼도 하고 집도 장만하여 인생에서 더 이상 바랄게 없이 행복해 보였던 후배가 있었다. 

 

보편적으로 생각하건대, 한 계단씩 딛고 올라가야 할 곳에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느새 생의 목표 지점에 닿아 있다는 부러움에 갈팡질팡 하고 조급해 하던 내 모습은 한심하게만 느껴졌었다. 그리고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그 까마득한 계단을 어떻게 찾아 올라가야 할지 막막하고 불안하던 어리석은 마음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. 

 

이 복잡한 세상에는 잘난 이들, 똑똑한 사람들, 부유하고 학벌좋은 사람들, 그리고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자기 자신은 지지리도 못났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열등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.

 

그렇지만,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들이 없어진다 할지라도, 마음속 깊은 곳에 품고 있는 확실한 신념이 주변의 것들로 인하여 부러움과 원망으로 포장되지 않는다면, 그리고 자기 자신이 아는 것보다도 틀림없이 더 굉장한 것들이 있다는 막연한 동경 때문에 자신을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,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기쁜 마음으로 빠져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. 

 

심리성장소설 데미안 「Demian」의 작가 헤르만 해세(Hermann Hesse)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그것에 대한 불안의 지평으로 ‘어떠한 소망이 실현되자 그것이 곧 싫어졌다. 그래서 나는 포만감을 못 참는다. ‘ 라도 말했다. 이것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를 절실히 느끼게 하는 말이다. 바꾸어 말하면, 추구해야 할 목적이나 의욕의 부재는 견딜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위한 고통이 따르는 무엇인가가 있음으로 해서 언제나 우리의 삶은 팽팽하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다. 

 

나는 인생의 목표를 향해 늘 안개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계단을 더듬어 한발 한발 씩 딛고 오르려 성실히 노력 하며 살아 온 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. 어느 날 갑자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급상승하겠다는 얄팍한 꿈을 꿔 본적은 전혀 없다. 돌이켜보건대, 힘이 들어 한숨도 수없이 나왔겠지만 한 계단씩 오름으로써 소박한 기쁨들도 자주 누릴 수 있어서 행복했던 것 같다.

 

땀 흘려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를 생각해보자. 그리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앞에서 느낄 수 있는 상쾌함과 가슴 뿌듯함을 만끽해 보자. 그 성취감의 의미는 불분명한 현실과 불안 속에서 퇴색될 수 없는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. 그런고로 우리의 인생이 운수 좋아서 엘리베이터를 타듯 힘 안들이고 삶의 목표를 향해 상승하기를 꿈꾸기 보다는 한 계단씩 천천히 오르려는 노력을 기울이자. 

 

  다소 속도는 느릴지라도 생활의 차근차근한 자세를 일깨우는 노력의 결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야기되는 불안으로부터 헤어날 수 있을 것이며, 그것을 교훈의 장으로 삼아 자기 자신의 신념에 대한 정체성을 확고하게 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